제목 Re:토양성분분석과 적합작물선정
글쓴이 홍종운 날짜 2010-11-14 조회 2064
첨부파일 바니우에 논.JPG 바니우에 논.JPG
크셨다는

착하게 크셨다는 분(어른에게 무얼 배우려 할 때에는 자기를 진솔하게 소개하는 게 예절에 맞을 것입니다. 요즘은 이런 거 안 가르치는 것 같군요): 과제가 적지적작(適地適作)이란 개념을 바탕으로 한 것 같습니다. 토양조건이 일맞은 땅에 알맞는 작물을 재배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인데 우리나라처럼 농토는 많지 않은데 인구는 많은 곳에서는 그대로 따르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우리나라 같은 데에서는 어떤 지역의 토양의 특성을 안 뒤에 그 토양에 어떤 작물을 재배하려면 어떻게 관리해야할지를 궁리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다음 사진을 보십시오. 이 사진은 필리핀 바나우에(Banaue) 지역의 계단식 논입니다. 높은 산의 산허리는 논농사짓기에 알맞지 않지만 쌀이 필요한 그곳 농민들은 땅을 계단식으로 개간하여 그 논벼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중요한 토양관리의 착안점은 땅에 물이 고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 즉 계단식으로 둑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적지(適地)에만 적합한 작물을 재배하는 게 아니라 부적지(不適地)도 잘 관리해서 원하는 작물을 재배합니다. 이런 것도 토양학을 배우고 토양을 조사하는 목적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국립농업과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토양정보시스템은 매우 유용한 시스템이지만 농업에 대한 식견과 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이 기초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쓰는 데에는 제한이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무슨 군, 무슨 면, 무슨 이 몇 번지 땅에는 어떤 작물을 심는 게 좋다는 식의 지도는 아직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그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런 지도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다만 무슨 군, 무슨 면 무슨 이, 몇 번지에 있는 토양은 이런 저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정보는 있습니다. 농사짓는 분들은 그 정보를 토대로 자기 땅의 토양을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할지를 판단합니다.

질문하신 내용에 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토양분석과 재배적합작물"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분석은 무슨 분석을 뜻하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흙의 분석에는 화학적 분석과 물리적 분석이 있는데 그 중 어떤 것, 또는 전부를 뜻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만약 토양의 화학적 특성과 작물 적부를 따지기로 한다면 수향리의 밭에는 재배 못할 작물이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곳의 밭은 대개 적성등급이 비교적 높기 때문입니다.

나도 여기까지 아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을 썼습니다. 경험이 적은 분들의 경우에는 더 많은 시간을 쓰셔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쉬운 건 아무 것도 없어 보입니다. 내가 휴대폰으로 e-mail을 보내는 법을 알기 위해 내게 휴대폰을 파신 분(나이가 드신 분)에게 물었더니 e-mail은 안된다고 했습니다.

다른 가게의 젊은 분에게 물었더니 자기도 써보지는 않았지만 될 거라면서 몇 번 해보고 내게 그 방법을 일러주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결례(缺禮)를 무릅쓰고 몇 번 해보면서 막히면 묻고, 묻고 하면서 그 방법을 익혔습니다. 이제는 휴대폰으로 e-mail 보내는 방법을 다른 이에게 가르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토양정보시스템도 좋은 시스템이지만 노력 없이 잘 활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나 같으면, 천안이 수원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한번 수원에 있는 국립농업과학기술원에 오셔서 홍석영 박사님(031 290 0344)께 물으시면 좋은 토양정보시스템의 사용법을 잘 설명해주실 분들을 소개해주실 것입니다. 토양정보시스템을 잘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얻는 것이 매우 많을 것입니다. 한번 시도해보시기를 권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홍종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