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흙의 구조와 기능
글쓴이 홍종운 날짜 2015-01-02 조회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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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읽고 있는 토양학 책: 나는 두껍고 장황하게 쓰인 토양학 책들은 경원(敬遠)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 즉 “흙의 구조(構造)와 기능(機能)”은 책을 철사로 다시 철(綴)해야 할 정도로 자주 읽고 있다. 내용은 심오(深奧)하지만 간결하게 쓰여 있어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걸 느껴 그런다. 두껍게 쓰인 책들은 대개 흙의 구조나 토층의 단면 같은 것, 화학성 같은 게 지루할 정도로 장황하게 쓰여 있지만 그 기능에 대해서는 초점 없이 쓰인 경우가 많아 읽기가 지루해서 경원한다. 이 책의 저자 오가지마히데오(岡島秀夫) 박사는 일본 호까이도(北海道) 대학 농과대학 토양학 교수이셨던 분이다. 국제학회에서 두어 번 만나본 적이 있는 분인데 논리가 정연한 분으로 기억한다. 책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 정곡(正鵠)을 찌르는 대목이 많아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어 몇 번을 읽어도 맛이 새롭다. 나는 아직 책 한 권도 펴내지 못했지만 만약 토양학 책을 쓴다면 이런 책을 쓰고 싶다. 어떤 물상(物像)을 논할 때 그 구조를 바로 파악하고 그 구조가 지니는 기능까지 파악했다면 그 물상의 핵심은 다 파악한 셈일 것이다. 흙이야 말로 그 구조를 이해하고 그 구조가 지니는 기능을 이해한다면 더 이상 알 것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토양을 복잡(複雜)한 계(系)로 정의 하고 그 복잡한 계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논하고 있다. 햇빛은 무색 광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걸로 족한 경우가 일상적이다. 그런데 햇빛을 프리즘을 통과시키면 여러 가지 파장의 빛으로 파악된다. 반대로 흙의 경우는 들여다볼수록 복잡하게 파악된다. 이 경우에는 거꾸로 그 복잡한 정황을 어떻게 단순하게 파악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그러자면 흙의 구조와 기능을 논리적으로 어떻게 연계(連繫)시켜 파악할 것인가라는 통찰이 필요하다. 이 책은 수첩 크기(46 반판: 12.8 cm x 18cm)이면서 200여 페이지에 지나지 않게 쓰였지만 흙에 대해 알아야 할 실용적으로 중요한 개념의 대부분이 함축(含蓄)되어 있다. 무엇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이는 장황한 설명을 하지 않고도 어떤 일의 핵심을 짧게 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는 어떤 일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해도 그 내용을 설득시키지 못한다. 어떤 이의 설명을 들으면 설명을 듣기 전보다 더 혼란스러워 지는 경우까지 있다. 이 책은 그와 정 반대이다. “복잡계의 단순화”...이게 공부한 이들의 책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 분은 그 책의 허두(虛頭)에 앙리 뽕앙까레(Henri Poincare)의 이런 말을 인용했다. “어떤 사실을 일반화하는 방법은 무한이 많다. 그런데 선택의 문제가 있다.” 그것은 어떻게 단순화하느냐의 문제다.”이 책은 일본농산어촌문화협회가 발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