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객토, 지금도 추천할만한 것인가?
글쓴이 홍종운 날짜 2010-05-09 조회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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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료도 자유롭게 쓸 수 없고 다수성 벼도 보급되지 않아 쌀 수량이 메우 낮았던 때, 쌀 수량을 높이기 위해 무엇이던 하려던 때에는, 객토라는 개념이 호응을 얻었다.

객토라는 개념에는 몇 가지 요인이 포함됐었다. 1940년대에 읿본 학자들은 이른바 추락답(秋落畓)이라는 용어를 등장시켰다. 이 말은 직역하면 가을에 떨어지는 논을 뜻하는데 그 농학적인 뜻은 이렇다. 여름 동안에는 벼가 왕성하게 자라서 높은 수량을 기대하만 했는데 가을에 들어서면서 벼의 작황이 갑자기 악화되고 벼룰 수확해보면 여름의 좋았던 직황이 무색할 만큼 살 수량이 매우 낮아지는 걸 추락현상이라 하고 그런 현상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논을 추락답이라고 불렀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었지만 모래가 많고 헤식은 논에서 벼의 추락현상이 더 잘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여겨졌었다.

논벼의 추락현상과 관련하여 다른 설도 있었다. 일본에서 등장한 설이었다. 여름에 작황이 좋든 벼의 작황이 가을에 갑자기 나빠지는 것은 벼 생육이 끝나기도 전에 벼 뿌리가 썩기 때문인데 생육 후기에 벼 뿌리가 썩는 이유는 논흙에 황화수소(H2>S)가 많이 생기는 것도 그 이유들 가운데 하나라고 여겨졌었다. 그때는 오늘날 널리 쓰이고 있는 요소비료가 아직 쓰이지 않고 유안(황산암모니움: (NH4)2SO4)이 많이 쓰이고 있었는데 유안에는 황(S)이 들어 있어서 논에 주었을 경우 황이 황화수소로 변하기 때문에 그 황화수소가 벼 뿌리를 일찍 썩힐 수 있다고 믿었다.

일본 학자들은 논에 준 유안에 들어 있는 황이 황화수소로 변하더라도 논에 철분이 많으면 황화수소 중의 황이 철과 결합하여 물에 잘 녹자니 않는 황화철(FeS)로 변하기 때문에 철분이 많은 논에는 유안을 쓰더러도 벼의 추락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일본학자들은 모래가 많고 오래 된 논에 붉은 황토로 객토를 하면 점토가 많아져 흙이 헤식지도 않고 철분까지 들어가게 되어 유안을 쓰더라도 황화수소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객토를 좋은 토양개량 수단으로 여겼고 그것을 널리 권했다.

나는 내가 쓴 박사학위 논문에서 여름날 무에 잠긴 논흙에서 황과 철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그때가지 믿어져 왔던 벼에 대한 황화수소 피해설이 타당하지 않음을 밝혔다. 대부분의 흙에는 철(산화철의 형패로 있는)의 양이 황의 양보다 워낙 많기(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많이 있는 화강암의 경우 철은 27,000 ppm이 들어 있고 황은 270 ppm 정도 들어 있다. 유안으로 질소를 10 a당 10 kg 정도 즐 경우 질소와 함께 흙으로 들어가는 황은 91 ppm 정도다)때문에 농에 유한비료를 벼농사를 잘 짓기 위해 쓰는 정도로는 벼에 황화수소 피해를 일으킬 수 없는 것임을 이론적으로 밝히고 실험을 통해서 증명했다. (내 논문은 이 홈페이지 농업이야기--- 논문 게시판 2번에서 볼 수 있다.)

나는 객토라는 것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갖는다. 만약 어떤 땅의 흙이 거의 전부 모래로만 되어 있고 그 땅을 꼭 농토로 쓰려 한다면 점토가 많이 들어 있는 흙을 실어다가 토성을 개량하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에 한해서 객토는 고려해볼만한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객토는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우선, 어디에서 그런 흙을 구할 많이 것이냐가 중요하다. 그런 흙이 너무 먼 데에 있다면 재고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는 어던 것을 먼데에서 옮겨올 때에 운송비와 인건비만 생각하면 됐었지만 요즘에는 다른 면도 고려해야 한다. 즉 환경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객토재료를 팔 때 산을 크게 훼손하다면 곤란할 것이다. 또 많은 양의 흙을 운반할 때 발생하는 탄산가스(온실가스)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요즘은 탄소세(炭素稅)라는 게 논의되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에 객토를 대대적으로 하던 때 객토재료를 찾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대개 산 흙을 파서 옮겨야 했는데 점토가 많이 들어 있는 산 흙을 찾다는 게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그런 흙이 있는 산을 발견했더라도 깊은 층까지 점토가 많이 들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좋은 객토재료를 얻기 위해 산을 가죽 벗기듯이 흙을 파낼 수 없어서, 흙을 파기 시작하면 속에 들어 있는 거친 흙까지 파다가 객토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객토재료를 파오는 이들은 농업을 잘 아는 이들이 아니었기 때문에도 그런 일이 생겼을 것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때는 그렇게라도 객토를 해야 했다. 식량증산이 워낙 다급한 과제였기 때문이었다.

요즘도 이런 경우에는 객토를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근처에 건축공사가 벌어져 객토재료로 쓸 만한 흙을 먼데까지 운반해야 하는 경우 같은 때에는 객토를 해도 무바할 것이다. 그럴 때에도 꼭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객토하는 걸 몸에 무슨 보약이라도 쓰는 것처럼 하는 건 피해야 할 것이다. 객토는 농사를 오래 동안 지어 힘이 빠진 흙에 기운을 불어넣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흙의 나이라는 건 사람의 나이와 같은 척도의 것이 아니다. 흙의 나이로 따지자면 우리나라 농토의 대부분은 젊은 흙들이다.

우리 아파트 가까운 데에 아직 논이 남아 있다. 어떤 분이 우리 아파트가 지어질 때 생긴 흙오 객토를 하 모양이다. 벌써 10여 년 전 이야기다. 그런데 그분은 객토를 아 주 많이 했던 것 같다. 10 년이 지났는데도 흙이 아직도 빨갛다. 처음 2-년은 아마도 벼농사가 이웃 논만큼 잘 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도 생 흙 같다. 말하자면 미숙답(未熟畓)인 셈이다. 객토를 많이 했던 그 논의 벼농사도 이웃 논만 못한 걸 내가 보았다. 그 동안 복합비료를 넉넉히 주어왔는데도 벼농사가 이웃 논만 못했다. 아직도 미숙답의 틀을 못 벗어난 모양이다. 다음 사진들을 보자.




객토 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미숙답이다.


객토하지 않은 논의 벼 작황도 훌륭하다(2009년의 작황). 이런 논의 경우 객토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아 보인다.


요즘 황토가 무슨 특별한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사실은 황토는 특별할 게 별로 없다. 오염이 덜 된 흙이라는 정도다. 그렇지만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 수 없듯이 흙도 너무 깨끗하기만 해서는 농사짓기에 좋다고 할 수 없다. 흙의 색갈이야 붉든 검든 작물이 필요로 하는 물과 양분이 적절히 들어 있으면 농토의 흙으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토양오염이란 말은 생각 럾이 할 것은 아니다. 토양이란 모든 걸 받아드리고 그걸 정화하는 기능을 갖는 것이다. 흙은 여러 가지 오물(汚物: 생물의 똥과 오줌, 생물의 죽은 몸 같은 것)이라는 걸 받아드려 분해시키면서 그 오물에 들어 있는 무기성분들이 흙으로 우러나오게 하고 그 무기성분들은 식부에게 이용된다. 흙이 깨끗할 필요는 없다. 다만 사람에게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중금속 같은 것이 들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흙은 오물을 청소하는 기능을 갖는 것이니 흙에 오물이 들어가는 걸 반드시 피해야 이유는 없다. 흙에 오물이 들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사실은 그래야 흙에 작물을 잘 자라게 할 수 있다.

내가 아프리카 가나에서 일하던 때 이해하기 어려운 걸 보았다. 가나의 경우 다른 많은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경우처럼 화전농업(火田農法)으로 농사를 짓는다. 화전농법이란 숲이나 초원에 불을 놓아 나무나 풀을 태운 뒤에 비료를 거의 주지 않고 몇 해 도안 농사를 짓다가 지력이 떨어지면 그 땅은 버리고 다른 숲이나 초원을 불태운 뒤에 그 땅에 농사를 짓는 방법이다. 그렇게 농사를 짓기 때문에 농사의 소출이 매우 낮다. 비료가 매우 비싸기 때문에 그런 농사를 짓는 것이다. 그런데도 가나 사람들은 인분을 농사에 쓰지 않는다. 그러니까 농산물의 소출이 지속적으로 낮고, 그러니까 농민과 국민 모두가 가난하다. 그럴 뿐 아니라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인구밀도는 내 낮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서는 오애 동안 인분을 거름으로 써왔다. 그래서 농토의 생산성이 높아졌고 그래서 이 지역의 인구밀도가 매우 높아 왔다.

시궁창의 흙 더러워 보이지만 농토에 들어가면 거름이 된다. 다만 그 시궁창의 흙에 사람에게 해로운 중금속 같은 것이 들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