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과잉진료라는 것
글쓴이 홍종운 날짜 2015-12-12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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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료(過剩診療)라는 것: 둘째 발가락과 가운데 발가락 사이에 물집이 잡혔다. 그냥 버텼더니 저절로 터졌다. 예전 같아으면 집에서 적절히소독이나 해두든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다. 어른들게 보여드리고 엄살을 떨면 “어디 보자, 이 정도면 담배피워도 연기가 그리 새지는 않겠다. 밥 잘 먹으면 괜찮아질 거다.” 하셧셨을 거였다.

그런데 병원이 가까이 있고 치료비도 그리 크게 들지 않을 것 같고... 머릿속에서 주판(珠板)알을 퉁겨보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외과에 갔다. 가보니 웬 소님들이 그리 많던지...기다렸다가 내 차례가 왔다. “이런 걸로 전문가의 시간을 빼앗다니....” 하는 생각을 가지고 진찰실에 뜰어 갔다. 간호원도 준비하고 있었다. 침대에 앉아 환부를 보이라고 했다. 혈당이 높은 편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그런 경우에는 이런 상처도 오래 갈 수 있다면서 소독도 하고 특수한 붕대로 감아주고 주사와 약을 처방해드리겠다고 했다. 사흘쯤 뒤에 한번 더 오라고도 했다. 주사는 아픈 발가락 사이에 놓찌 않고 엉덩이에 놓았다. 현대인의 엉덩이는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만 어프면 엉덩이에는 살이 좀 더 있다는 이유 때문에 주사바늘과 약 세례를 받아야 하다니....그런 치료를 했는데 치료비는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값보다 쌌다. 약을 샀다. 캡슐에 들어 있는 것 말고도 다른 알약이 7 가지나 됐다. 그래도 비용은 의외로 저렴했다. 소독도 하고 주사도 맞았는데 이런 거 다 먹어야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들은 먹지 않고 버텨보기로 했다. 괜찮아졌다. 집에 있는그런 약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냥 버리면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하고 야생 조류 같은 게 먹고 피해를 받을 수 있대서 약국에 가서 버려야 한다.

병원이 여럿 있어서, 의려보험이란 게 있어서 과잉진료라는 게 생기는 것 같다.

과잉진료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각나는 어르신이 한 분 계시다. 대학원에 다니던 때다. 1963-4년 무렵이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미화로 겨우 몇 100 달러 정도 였던 때였다. 그 무렵에 수원에 있었던 경기도 도립병원 원장님을 하시다가 정년퇴임하신 분이 학교 교의(校醫)로 봉사하시게 됐다. 그분은 의술도 의술이려니와 유머감각이 뛰어나신 분이셨다.

하루는 오후에 갑자기 배가 아팠다. 의무실에 갔다. 배가 아파서 왔다고 말씀 드렸더니... “학생, 혹시 4 촌 있나?” 얼른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알아채고 “있긴 있지만 매우 멀리 살아서 근황을 잘 모르는 데요.” 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면 얼른 집에 가서 알아봐, 땅 샀나.“ 집에 돌아와 쉬었더니 괜찮아졌다. 의무실엔 가지 않았다. 그 이듬해 봄 어떤 날 머리도 아프고 몸도 찌뿌듯하고 기운도 없게 느껴졌다. 의무실에 갔다. ”지난번에 배가 아팠던 건 4촌이 땅을 사서 아팠던 게지?“ ”아닙니다. 그런데 그냥 괜찮아졌습니다.“ 그거 신기(神奇)하네... 이번에도 그때처럼 해봐...어른 집에 가서 쉬어봐...춘곤증(春困症)이란 거야.” 그러시면서 가슴에 청진기도 대어주시지도 않으셨다. 물론 일찍 집에 가서 쉬었더니 괜찮아졌다.

아마 요즘 개업의(開業醫)들이 그 어른처럼 했다간 며칠 못 가서 병원 문을 닫게 될 거다. 그렇긴 해도 도를 넘지 않게 해야 할 거다. 환자 측에도 문제가 있다. 의료보험 덕에 진료비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몸에 이상이 조금만 생겨도 우선 큰 병원부터 가는 것 같은 건 자제할 줄도 알면 좋을 거다.

자유(自由), 그거 좋은 거지만 그것도 남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과잉질료처럼 바람직하지 않을 게다. 요즘 거리의 소요는 자유의 남용이고.... 그러다가 법을 어겼으면 응분의 벌도 받고 자숙하는 것도 자유를 정당하게 누리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