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산다는 것
글쓴이 홍종운 날짜 2015-11-14 조회 202
첨부파일  




졸업(卒業)과 필업(畢業): 내가 고등하교를 졸업할 때만 해도 졸업 때가 가까워지면 학생들이 “싸인 지”라는 걸 만들어 서로의 아쉬움과 축복과 격려의 글을 주고받았었다. 지금은 그런 거 있는지, 없다면 언제부터 없어졌는지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그건 아름다운 것이었다. 풍습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 한국 정부와 대만 정부 사이에 무슨 협정을 통해서인지 기억할 수 없지만, 그 때 우리나라 학생들도 입학하기 어려웠던 몇 몇 고등학교에 몇 명씩인가 대만 출신 학생들을 특례(特例)로 입학 시켰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다니던 학교에도 5 명이 배정됐는데 우리 반에도 그런 학생이 하나 있었다. 그가 처음에는 언어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나는 그와 가까이 하지 못했지만 곧 그 학생이 우리말을 빨리 익혔기 때문에 나는 그 학생과 곧 가까이 지내기 시작했다. 그는 재주도 있고 인간성도 좋은 사람이었다. 가끔 내게 중국의 옛 시 같은 것도 가르쳐 주기도 하며...졸업 때가 가까워졌을 때 우리는 싸인 지를 주고받았다. 그 때 그의 글의 첫머리에 쓰인 말이 “祝 畢業”이었다. 중국말로는 졸업(卒業)이라는 말 대신에 필업(畢業)이라는 말을 쓰는 것 같았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두 말이 거의 같은 뜻을 갖는 것 같지만, 필업이란 말에는 성취(成就)라는 뜻이 더 들어 있는 반면에 졸업이란 말에는 어떤 정해진 과정을 마쳤다는 뜻이 더 들어 있고...

나는 인생을 졸업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일까 필업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두 가지 다일 수 있을 것이지만 나는 후자를 더 택하고 싶다. 사는 동안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다. 그냥 삶이라는 과정을 마치는 대신에... 비록 성취의 속도는 더딜지라도, 손톱으로 바위를 뜯듯이 더딜지라도, 그러고 싶다. 그래야 사는 게 즐거울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