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이야기란 것에 대하여
글쓴이 홍종운 날짜 2015-08-16 조회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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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란 것에 대하여: 요즘 이야기란 것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 같다. 그럴만 하다. 요즘 부쩍 인문학이란 것의 몸 값이 올라가기 때문일 것이다. 인문학이란 무언가?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란다. 이야기에는 적어도 인문학의 두 가지 요소들은 꼭 들어 있다. 이야기는 대개 겪어 본걸 담으니 역사요소가 들어 있다. 이야기에 재미가 담기면 문학이니 이야기에는 문학요소가 들어 있기 마련이다. 이야기의 차원이 심오(深奧)해지면 이야기가 철학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맣은 가람들에게 먹고 사는 문제가 그리 다급하지 않게 된 요즘에 이야기란 것이 괸심의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한 추세일 것이다. 농촌 문제도 아마 이야기로 이야기로 풀어 갈 수 있는 면이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고, 1957년부터 살아 온 수원에 골목잡지 “사이다”라는 이야기 책이 어느새 Vol 11.이 됐단다.이번 호의 제목은 공교롭게도 나와 인연이 58년이나 되는 서둔동 이야기였다. 이야기 내용은 별난 게 아니었다 도로 포장이 되지 않았던 때 차가 지나다니는 길에 나섰다간 흙물 뱌락을 면키 어려웠다는 둥. 서호천의 물이 맑아 헤엄치는 법도 배우고 아줌마들이 빨래도 했다는 그런 이야기 였다. 더러 우장춘박사님, 현신규박사님 같은 큰 인물들의 이야기도 조금 비치지만 보통 사람들의 보통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농촌진흥청에서 청소 같은 보통 일을 성실하게 오래 동안 하셨던 내게 착한 인상을 남기셨던 분의 이야기도 길지 않게 이니만 실렸다.

내가 다녔던 농대, 농촌진흥청이야기도 자주 나오지만 겉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속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다. 전문지가 아니니 그래야 했을 게다.

내가 “사이다”를 읽으며 많은 걸 즐겼으니 농대 안에서 있었던 내 이야기를 하나 소개한다.

내가 군대에서 제대하고 복학했을 무렵 농대에 상록제라는 일종의 Festival이 생겼다. 해마다 하기로 한 행사였다. 농대가 관악 캠퍼스로 옮긴 뒤에도 다소 촌스러웠던 그 행사의 운명은 어찌 됐는지 모른다. 그 행사의 첫해에는 내가 사회를 봤다. 그 두 번째 행사때는 나대로 재미를 보려했다. 나이도 든 편이라 나이든 축에 걸맞는 재미있는 걸 생각해냈다. 서둔동 아는 분 댁에 가서 두루마기와 갓, 검은 색 나는 안경을 빌려왔다.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운명 미리 알아보는 곳”이란 안내판을 써 달랬다. 돗자리도 빌려 왔고...옷갓 갖추고 검은 안경을 쓰고 앉아 점을 쳐주었다. 내 가 누구인지 다른 학생들이 멀리서는 알아볼 리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알았다. 내가 쳐준 점이란 건 별 게 아니었다. 간단한 심리 테스트를 하는 그림 점이었다. 점. 직선, 원 같은 소재를 주고 그걸 이용해서 그림을 그려보라는 식이었다. 분위기가 Festival이다 보니 여자친구와 함께 오는 이들이 많았다. 나는 의도적으로 남학생은 외향적이고 적극성이 있다고 풀이하고 여학생은 내성적이고 내조를 잘 할 성격이라고 풀이 했다. 복채는 무료였고.. 대신에 음료와 간식은 행사 주최측에서 대 주었고...

각설(却說) 하고. 작년 년말 경에 미국 캘리포니아에 산다는 내 후배 (그도 70 객일 텐데)로부터 “형님”으로 시작된 메일을 받았다. 메일의 핵심은 “형님께서 그날 점을 치실 제 성격에 대해 좋게 풀어주셔서 그 때 그 친구와 결혼해서 지금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 언제든 미국에 오시면 제 처와 함께 꼭 골프 한 라운딩 모시겠습니다.”였다.

이런 이야기도 “사이다” 같는 데에 실릴 만한 이야기일까? 살아 가노라면 별별 일도 많으니 별별 이야기도 다 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