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 에 대한 감사
글쓴이 홍종운 날짜 2015-08-14 조회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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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밥을 먹을 때마다 늘 깊이 감사한다. 그럴 이유가 여러 가지다. 이런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다. 나는 밥을 먹을 때 밥이 밥그릇에 1/3 쯤 남았을 때 밥그릇에 물을 부어 밥을 울에 말아서 먹는다. 따듯한 밥을 그릇에 담았을 때 밥을 다 먹고 나면 밥알이 조금 그릇에 붙어 있게 되고 그러면 그릇을 씻을 때에 손이 더 가게 된다. 그걸 피하기 위해 밥을 물에 말아 먹는다. 대학에 다닐 때 자취를 하면서 알게 된 거다.

밥그릇에 물을 부을 때 늘 이런 이야기를 읽었던 걸 마음에 떠 올린다. 누구의 작품이었는지 기억할 수는 없다. 옛날 어떤 가난한 집의 이야기다. 집이 가난해서 끼니때에도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밥 구경을 못한다. 그래도 모처럼 귀한 손님이 오면 깊이 간식해두었던 곡식으로 밥을 지어 상에 올린다. 그 시절에는 손님은 가난한 잡의 아이들이 밥 구경도 못하는 걸 짐작하고 밥을 조금 남기는 게 상례(常例)였다.

그날 이 가난한 집에 손님이 왔다. 밥상에 밥이 올랐다. 아이들은 손님의 수저를 따라 눈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손님이 밥을 조금 남기고 수저를 놓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한다. 그런데 그날 손님은 먼 길을 오며 점심도 못 먹었던지 밥그릇에 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밥그릇에 물을 부었다. 손님이 밥을 남길 확률은 이제 0이 된 셈이다. 아이들은 갑자가 울음을 터트렸다.

내 밥그릇에 물을 부을 때마다 어딘가에 아직도 손님이 밥그릇에 물을 부을 때, 울음을 터트릴 아이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내 처지에 대해 크게, 크게 감사한다.

아프리카에는 이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침은 안 먹고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에는 그냥 자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다. 우리는 얼마나 다행인가? 일본 사람들에게 쌀은 빼앗기고 푸른곰팡이가 난 콩깻묵으로 끼니를 때우던 때가 불과 70여 년 전이었다. 우리들 지난 짧은 세월 동안 이룬 것에 대해 감사하며 지난날의 우리의 처지와, 지금 딱한 처지에 있을 이웃들과 세계 도처의 불행한 아들에 대해 배려도 하자. 도움 받던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가 됐다는 사실을 너무 내세우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방도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하자. 아프리카에 대한 부국들의 원조의 역사는 반 세기가 넘었다. 그런데 그 효과는 눈부시지 않다. 그래서 `죽은 원조"라는 말이 생기도 했다. 왜 그런 말이 등장했는지를 여러 각도로 따지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원조 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요소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