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내가 앞으로 살아 갈 날들
글쓴이 홍종운 날짜 2015-07-31 조회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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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날들의 의미: 이 해도 절반 넘게 지나고 있다. 곧 내 나이가 80이 될 것임을 뜻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무엄한 짓일 수 있을 것이다. 내게 남은 살아갈 세월이 얼마나 될까? 그건 짐작을 불허하는 엄중한 질문이다. 인명은 재천이라 했으니....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내가 살아온 날들보다는 내가 살아갈 날들이 훨씬 짧을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설령 우리 어머님께서 사셨던 만큼 산다 해도 내가 살게 될 세월은 17 년이다. 17 년, 물리적으로 따지면 내가 살아온 세월에 비하면 매우 짧다. 그러나 나는 그걸 결코 애석(哀惜)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 세월이 짧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개게는 지난날의 무수히 많은 이야기 거리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날들은 그 이야기 거리들의 완성도를 높여갈 날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젊었던 날 별로 와성도를 높여가야 할 이야기 거리가 없었던 날의 삶보다 완성도를 높여가야할 일거리가 훨씬 많아진 날의 하루는 그 무게가 훨씬 무거울 것이니 내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날의 하루는 경험이 별로 없던 때의 하루와는 질적인 차이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령 내가 공부해온 토양학에 대해서만도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잡다한 잡학은 덜어내고 흙의 본질에 대한 것만 추려서 파악하는 직업이 내게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가령 좀처럼 죽을 수도 없는 흙을 살리겠다는 둥, 하는 것 같은 생각은 덜어내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흙은 조물주가 만든 것이다 그 본질은 바위를 곱게 부숴서 비가 매일 오지 않더라도 흙이 상당 기간 동안 젖어 있게 하고 바위에 들어 있는 확학 성분들이 적절히 녹아나올 수 있게 한 것이다. 흙을 부적절하게 관리해서 다시 바위가 되게 하지 않는 한 흙의 본질을 죽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가령 표토 관리를 잘 하지 않아 표토가 모두 씻겨 나가 굳은돌만 들어나게 하는 일은 확실히 흙을 죽게 하는 일이다. 그런 일은 방관(傍觀)하면서 화학비료를 절절히 주는 걸 흙을 죽이는 행위라고 여기는 것 같은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니고 있는 지난날들의 의미를 오늘의 기준에서 업데이트하고.. 할 일 많고 많다. 그런 일들을 해낼 때 내가 살게 될 날들의 의미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지루하거나 무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수 있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운명이 허락한 동안 살아남아 무언가 내 생각대로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치매에 걸리지 않아야 하고 뇌졸중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고.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만 그런 날이 되도록 늦게 오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어떻게

누군가 내 대신 먹어줄 수 없는 검소(儉素)한 음식을 내가 열심히 깊이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해줄 수 없는 적절한 운동을 내가 열심히 하는 일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이란 것도 큰 게 아니라 아침마다 정해진 산보정도를 꼬박꼬박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자주 만나 소통하고 컴퓨터를 통해 새로운 지식도 얻고...지식을 업데이트 하고...그러다가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판단되면 명예롭게(품위를 잃지 않고) 자연으로 귀화하고... 내가 앞으로 얼마를 더 살게 될 지보다 살아남은 날들을 어떻게 보낼 지에 대해 궁리한다.